식생활의 서구화와 육체활동의 감소, 가중되는 스트레스로 인하여 소위 성인병의 양상 역시 서구화되고 있습니다. 뇌혈관질환(혹은 腦卒中, 中風)은 심장병, 암과 함께 3대 사망원인 중의 하나입니다. 이 중에서도 특히 뇌혈관이 막혀서 발생하는 뇌경색(腦硬塞)은 그간 국내에서 많이 발생하던 뇌혈관이 터져 발생하는 뇌출혈(腦出血)에 비해 점점 더 발생빈도가 증가하는 추세이고 나이가 듦에 따라 더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뇌혈관은 신체의 다른 혈관에 비해 갑작스러운 중대한 일이 발생할 경우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예비능력이 상당히 떨어져 있는 편입니다. 나이의 고저, 남녀의 성별 차이를 떠나 혈관의 일부가 막히게 되면 다른 신체부위에서는 서서히 다른 혈관이 막힌 혈관을 대체하여 기능을 떠맡게 되지만 뇌혈관은 그런 능력이 매우 약합니다.
특히 65세 이상의 연령 층에서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뇌혈관은 탄성을 잃게 되어 혈압의 변동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뇌가 필요로 하는 피를 적절히 공급하지 못하게 됩니다. 나이가 듦에 따라 수반되는 고혈압, 동맥경화 등이 뇌혈관에 작용하면 기본적으로 뇌혈관이 좁아지거나 서서히 막히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특정 부위의 뇌혈관이 막히면서 발생하는 증상들은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발생하게 됩니다. 우선, 심장에서 시작되는 목의 굵은 혈관이 뇌로 들어가는 경로 중에 일부가 서서히 막히다가 혈관 굵기의 90-95% 이상이 막힐 때 비로서 발생하는 증상입니다. 이 경우는 만성으로 진행이 되기 때문에 간혹 뇌에 피가 덜 가는 뇌허혈(腦虛血) 증상이 오기도 합니다.
이때 생기는 증상은 막힌 혈관 부위에 따라 다르지만 대표적인 것으로는 몸의 한쪽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운동마비, 남의 살같이 느낌이 떨어지거나 무뎌지는 감각 이상, 눈 한 쪽이 갑자기 보이지 않게 되는 증상, 혀가 갑자기 꼬여서 마음먹은 대로 말이 나오지 않는 실어증 증상, 걸음을 제대로 걷지 못하고 휘청거리는 경우, 심한 어지럼증 이나 두통 등입니다.
혈전(血栓)이라고 불리는 목의 혈관이나 굵은 뇌혈관 벽에 붙은 기름과 피가 섞인 덩어리가 위쪽 혈관으로 올라가거나 그 해당 부위 혈관을 막아서 일시적으로 피가 가지 않아 증상이 발생하였다가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녹아서 막힘이 풀리는 경우입니다. 이를 일과성 뇌허혈 발작(一過性 腦虛血 發作; TIA)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저절로 증상이 없어진다고 해서 안심하면 안됩니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거나 재발하게 되는 경우, 시간 간격이 점점 더 짧아지거나 한 번 증상이 오면 이전보다 오래가게 되는 경우는 혈관에 문제가 틀림없이 발생하였다는 증거가 되고 뇌에 영구적으로 흔적을 남기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치료를 하셔야 합니다. 가까이 있는 큰 병원 신경외과에 가셔서 증상을 말하시고 해당 검사를 받으신 후 약물치료나 기타 중재술(仲裁術) 혹은 혈관내수술(血管內手術), 아니면 목의 혈전제거술이나 개두술(開頭術) 같은 수술을 받아야 할 경우도 있습니다.
위의 경우와는 달리 주로 응급실로 가게 되는 급성 뇌허혈증인 경우에는 뇌의 굵은 혈관이나 가늘더라도 주요한 부위를 담당하는 뇌혈관이 막힐 경우 증상이 급격하게 생길 수 있습니다. 만성적으로 오는 경우와는 달리 이런 경우는 그야말로 시간이 생명입니다. 무조건 가까운 병원 응급실로 가셔서 뇌혈관 치료를 담당하는 전문의의 치료를 받으셔야 합니다.
보통의 경우 뇌혈관이 막혀서 발생하는 뇌경색은 증상이 생긴지 6시간 내에 병원에 가셔서 적절한 치료를 받게 된다면 50-60% 정도에서 막힌 뇌혈관을 뚫고 마비 증상 등을 최소화시킬 수 있습니다. 혈전용해술(血栓溶解術)이라고 해서 막힌 뇌혈관을 피딱지를 녹이는 주사를 주입하여 뚫거나 뇌혈관조영술을 하여 직접 뇌혈관을 뚫는 시술을 하게 되면 뇌혈관이 막히도록 방치하는 경우보다는 더 우수한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는 3시간 이내에 종합병원에 도착하는 환자는 약 20%, 6시간 이내에 도착하는 환자는 30% 정도 밖에 되지 않아 초기치료가 원활히 되지 않는 가장 큰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갑자기 발생하는 증상은 대부분의 경우 위의 예처럼 혈관에 붙어 있던 혈전이 떨어지는 것보다는 심장이나 목의 뇌혈관에 붙어 있던 혈전이 떨어져 나와 멀리 뇌혈관으로 흘러 들어가 발생하는 색전증(塞栓症)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색전증은 혈전증과는 달리 증상이 매우 급하게 진행하고 심장이상 같은 원래 질환이 있는 분에서 많이 생기며 회복이 완전히 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심장의 이상은 부정맥(不整脈) 이나 심장 사이의 방을 서로 갈라주는 판막이 이상 때문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미리 이런 질환에 대해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증상이 있거나 가족 중에서 뇌졸중을 앓은 분이 있는 경우,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이나 동맥경화가 있는 경우는 뇌경색의 위험도가 커지기 때문에 미리 검사를 하고 이에 대비하면서 한편 조절이 가능한 인자들(흡연, 음주, 비만 등)을 사전에 교정하는 노력이 필요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위의 두 가지(만성, 급성) 뇌허혈 증상이 발생하여 초기치료가 제대로 되지 못하거나 범위가 워낙 큰 경우는 점점 더 진행하여 의식이 없어지거나 마비가 진행되어 목숨을 유지하는 중요한 뇌의 구조가 직접적으로 눌리게 되는 심한 뇌경색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럴 경우는 목숨을 살리기 위하여 뇌를 압박하는 두개골을 제거하는 개두술을 시행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뇌혈관질환 중에서도 뇌경색은 예방이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조기발견과 재발방지입니다. 연중무휴 24시간 뇌혈관질환 전문의에 의해 치료가 가능한 인근의 큰 병원을 미리 파악하시어 신속하게 병원으로 이송하여야 합니다. 무조건 큰 병원이 최고가 아닙니다.
응급상황인 경우 우황청심환을 먹이거나 손가락을 따는 등의 불필요한 행위로 황금 같은 시간을 허비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심장혈관이 막히는 협심증처럼 뇌혈관도 일각을 다투는 시급한 상황이 될 수 있음을 유념하시기 바라며, 만성적으로 찾아오는 증상에도 관심을 기울여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기 전에 미리 대비를 하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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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1>
좌측의 중대뇌동맥(사진 우측)이 급성으로 막힌 CT-뇌혈관 조영술 사진. 붉은 색 원 부분은 정상인 우측(사진 좌측의 파란 원) 부분에 비해 혈관 줄기가 보이지 않으며 정상적인 뇌주름 사이의 혈관들(좌하측)에 비해 보이지 않고 있다.
<그림2>
좌측 중대뇌동맥이 막혀 시간이 경과한 후 CT 사진에서 검게 뇌경색(아래쪽 사진들 좌측 부분)이 온 모습.
<그림3>
좌측 중대뇌동맥이 막혀서(붉은 색 화살표), 급성으로 혈전용해술을 시행한 후에 다시 혈관이 개통(연두색 화살표)된 MRI-뇌혈관조영술 사진.
<그림4>
중대뇌동맥이 급성으로 막혀 하얗게 변한 MRI 확산영상 사진.